도쿄타워
도쿄타워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어릴 적 엄마를 따라 큰 아주머니 댁에 놀러 갔었는데 큰 아주머니 댁이 비탈길 위에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역으로 이어지는 긴 비탈길 위에서 정면에 도쿄타워가 보였다고 합니다. 돌아올 때는 언제나 밤이었기 때문에 조명이 켜진 도쿄타워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린 에코니 가오리는 왜 그런지 조명이 켜진 도쿄타워를 보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아홉 살 소년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마음먹었을 때 도쿄타워가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 도쿄 소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소설에는 비에 젖은 도쿄타워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풍경이라고 나오는데 이 한 소절이 참 여럿 도쿄행 비행기를 예매하게 하였습니다.
열아홉 도쿄 소년들의 이야기
도쿄타워는 토오루와 시후미, 코우지와 키미코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토오루는 스무 살의 대학생이고 시후미는 마흔 살에 유부녀이고 토오루 엄마의 친구입니다. 동방예의지국에 태어나 나름 유교 교육 속에서 자라온 사람으로 도쿄타워를 읽는 내내 불편한 감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은은한 문장과 소설 속 배경에 풀 빠져 결국 끝까지 읽게 되는 책입니다.토오루와 코우지는 친구사이입니다. 둘은 연상의 유부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오루는 차분하고 조금 내성적이고 코우지는 적극적이고 활달합니다. 토오루는 사랑을 배워나가고 코우지는 사랑을 그저 소비합니다. 여유로운 삶을 살며 교양 있고 매력적인 시후미와 반대로 키미코는 다소 히스테릭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우지의 실질적인 애인인 유미도 등장합니다.도쿄타워는 토오루와 코우지 각각 둘의 시점으로 그들의 인생이 전개되며 중간중간 작가의 주관적 시점이 살포시 들어갑니다. 토오루는 고상한 느낌의 소년입니다. 방에서 클래식이나 재즈를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을 즐기고 편안해합니다. 반면 코우지는 토오루랑 정반대의 성격입니다. 담배를 불량하게 피우고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여자관계도 복잡합니다. 그 와중에 알바도 부지런히 하며 살아갑니다. 토오루는 엄마와 단 둘이 도쿄타워가 보이는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오래전에 이혼한 상태인데 가끔 아빠를 만나 오뎅바에서 술을 한잔 하기도 합니다. 토오루는 아빠와 결혼한 새 아줌마를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우지는 혼자 자취를 합니다. 코우지의 자취방은 친구들의 아지트입니다. 코우지는 어른스러운 토오루를 부러워합니다. 토오루는 시후미와 언제든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코우지는 함께 살지는 않아도 함께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함께 살지는 않지만 함께 살아간다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토오루가 시후미의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함께 살아가기 인지 정말 행복하다 느끼는지 의문이 듭니다.
독서 관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책장이 술술 넘어갈 만큼 읽기 편합니다.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특히 도쿄타워는 사회의 윤리 잣대를 세우고 읽으면 힘이 듭니다. 그냥 작가의 문체가 주는 매력에 빠져 에쿠니 가오리가 이끄는 대로 소설을 읽어 나가야 합니다. 도쿄타워는 주인공의 캐릭터에 빠져 읽는 소설이라기보다 소설에 나오는 일본 도쿄의 풍경에 매료되고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기보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삶에 방식에 기대어 소설을 읽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불륜이라는 소재로 사랑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토오루와 코우지의 원초적인 사랑에 대한 생각을 읽으며 다시 한번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미나모토 타카시 감독의 영화 도쿄타워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감상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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